1.
너는 진정한 친구가 있니?
스무살 때, 교회를 다니던 어떤 형이 내게 물었다.
음... 몇 명 있는 것 같아요.
나는 대답했다.
그의 표정은 '그럴리가 없다.'고 단언하고 있었고, 내게 진정한 친구란 무엇이냐고 물었다.
음... 진정한 친구라...
나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.
네가 아파서 장기가 필요하면, 너의 진정한 친구는 너에게 장기를 떼 줄 수 있을 것 같아?
음... 안 그럴 거 같은데요.
그럼 너는 진정한 친구가 없는거야.
그가 내렸던 결론은 '교회에서 진정한 친구를 만날 수 있다'라는 것이었다.
꼭 교회에서만 진정한 친구를 만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,
그래도 과연 진정한 친구란 무엇일까...를 고민하게 만든 그 날의 대화였다.
2.
야. 어렸을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고 대학교 가서 만난 애들은 다 머리써서 만나는 친구야.
대학교를 들어올 무렵, 내가 어디선가 주어들은 이야기다.
남들은 잘 모르겠지만, 딱히 그런 건 아닌 것 같다.
대학교에서 만난 애들도 좋은 친구들이 있고, 고등학교 때 애들이라고 무작정 좋고.
이런 건 아닌 것 같다.
가장 중요한 것은, 애초에 사람의 만남을 선을 그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.
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.
3.
그렇다면, '진정한 친구'란 과연 무엇일까?
간혹 가다, 과하게 외향적인 사람들은 보며, 누군가는 이렇게 힐난할지도 모른다.
저거 어차피 다 그냥 별거 아닌 인맥이야.
즉, 진정한 친구가 아니라, 걍 스쳐지나가는 친구라는 거다.
그럼 내향적인 사람들은 진정한 친구가 많나?
글쎄... 잘 모르겠다.
아니, 애초에 진정한 친구가 뭔데..
4.
내 경우는, 사람을 만날 때 최대한 기대치를 낮춰둔다.
내가 그에게 잘해주는 것과는 별개로, 뭔가 기대치를 높여서 그의 사려깊은 행동을 기대하지 않는다.
야, 너랑 나랑 이거밖에 안 되는 사이냐.
친구끼리 이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.
기대하지 않으면, 실망할 일도 없어서 나는 그냥 애초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아주 큰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.
에이, 그래도 이 정도는 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.
뭐, 솔직히 사람인 이상 이런 생각들 수밖에 없지만, 그래도 의도적으로라도 기대같은 거, 잘 안하려 한다.
생일 같은 거 잘 안챙겨줘도, 연락 좀 안 되도, 부탁 잘 안들어줘도,
그럴 수 있지~
라며 그냥 가볍게 생각하려고 노력한다. 당연히 쉽지는 않지만.
5.
야, 그럼 그게 친구냐. 서로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사이가.
당연히... 함께 하는 시간이 흐르다보면, 서로 바라는 바가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.
하지만, 내 말은, 최소한 마음가짐이라도 그렇게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.
괜히 기대하게 되면, 그에게 의존하고, 그에게 기대고, 그에게 때로는 실망하게 된다.
나는 그래서 사람과 사람관계를 그냥, 깔끔하게 바라보기로 '마음먹었다'. (심정적으로는 잘 안됨.)
진정한 친구. 베스트 프랜드, 팸.
음, 물론 이런 거 구분지으며 사람 만나던 시기도 있었던 것 같다.
하지만, 현재 나의 결론은, 좀 단순하다.
6.
이것저것 따져가며 사람만나고, 관계를 정하고 이런 거. 좀 그렇지 않나.
진정한 친구? 물론 진정한 친구야 있고, 좀 특별한 친구야 있고, 그냥 그냥저냥한 친구도 있겠지.
근데 그건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고, 마인드라도 가볍게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.
친구는 친구다. 그냥 같이 얘기하고 놀고 즐겁고 이러면. 끝. 그걸로 된 거다.
함께 의사소통하는 게 친구다. 그냥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자. 괜한 기대같은 거도 하지 말자.
이렇게 마음 먹으면, 그 이후에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는 흘러가는대로 놔두자.
진정한 친구가 될지, 뭐가 될지. 그것은 시간이 판단할 테고, 그냥 현재의 커뮤니케이션을 즐기자.
그럼 됐다.
나는 이렇게 생각한다.